책 두 권

강유원 / 2009-2-7 / 서평

배은숙(지음), <<강대국의 비밀>>, 글항아리, 2008. [9788954607148]

이 책 머리말의 첫 세 문장은 다음과 같다: "강대국의 사전적인 의미는 '병력이 강하고 영토가 넓은 나라'이다. 그 의미에 적합한 나라가 바로 로마이다. 로마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자 군대의 역사다." 이 세 문장이 이 책의 주제와 방법을 적당히 보여준다. 제1부 "로마 병사들의 일상생활"에서는 "로마의 평범한 남성이 입대해서 신병 생활을 거쳐 군생활에 익숙해질 때까지의 과정을 통해 로마군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서술했다"고 한다. 제2부 "돈의 유혹"에서는 "직업군인과 돈의 관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자 했다"고 한다. 제3부 "변하라, 단 강점을 지켜라"는 "전쟁의 역사를 통해 로마군의 전술적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돌아보는 형식"을 취했다고 한다. 머리말 설명에서 제시하는 내용과 각 부분의 실제 내용이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 라고 한다'라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부실하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이 책은 싸움 잘하는 강대국의 비밀, 즉 군대의 핵심을 잘 정리해두고 있다. 로마군에 관한 포괄적이고도 상세한 정보가 필요한 이에게는 아주 좋은 책이다. 나 역시 몹시 만족스러웠다. 부록으로 붙어있는 "로마가 벌인 전쟁의 승패 요인 분석"에는 로마가 벌인 모든 전쟁 목록과 간단한 전쟁 개요 등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만족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그러므로 로마의 멸망에 관한 피상적인 분석 — 이를테면 피터 히더의 <<로마제국 최후의 100년>> 등의 책이 1,000페이지 가까이나 분석하고 있는 서로마제국의 멸망을 아주 간단하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여러 번 전쟁에서 패하다보니 서부지역이 어느덧 적의 수중에 들어가 있었다"는 식으로 해치우는 — 이나 누구 들으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느닷없는 훈계조의 결론 — "후세인들은 로마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말고 강대국으로 성장하고, 강대국으로 남았으면 한다", 즉 "병력이 강하고 영토가 넓은 나라"가 되라는, 쌈 잘하면 좋겠다는 — 이 크게 못마땅하지는 않았다.

한가지 의아한 점: 목차 부분 오른쪽 페이지에 전차 탄 로마군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마군의 모습은 이게 아니지 않나?

피터 볼(지음), 심의용(옮김), <<중국 지식인들과 정체성>>, 북스토리, 2008. [9788989675099]
이 책의 부제는 "사문(斯文)을 통해 본 당송 시대 지성사의 대변화"인데 이게 아마 원제(This Culture of Ours: Intellectual Transitions in T'ang and Sung China)의 번역일 것이다.

공자가 지키고 있다고 자임했고 지키려 했던 것은 "이 문화[斯文]"였다. <<논어>> 자한 편의 다음 구절을 보자: "공자가 광 땅에서 포위당했을 때 말했다: "주나라 문왕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 문화는 나에게 있지 않은가? 하늘이 장차 이 문화를 없애려 한다면 후세의 사람들은 이 문화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다. 하늘이 이 문화를 없애려 하지 않는다면, 광 땅의 사람들이 나를 어찌하겠는가?""

저자는 이 "문文"에 두가지가 들어가 있다고 본다: "'이 문화'는 문왕이 죽은 뒤에도 결코 단절되지 않고, 하늘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므로 '이 문화'에 참여하는 것은 주 왕조를 창시한 군주의 뜻을 잇는 것이며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그것은 유가의 역사에서 시대에 따라 달리 규정된다. 당연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당송 시대에도 그 내용이 서로 다르다.

당대(唐代)에 '이 문화'는 "천지나 자연적 질서로 여겨지는 하늘의 이치를 인간의 제도로 만든 고대의 문헌적 전통"을 가리켰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 "천지가 만물을 만들어내는 자연 영역과 인간이 제도를 만들어내는 역사 영역은 규범적 가치들의 가장 중요한 근원이었다." 송대(宋代)에 들어서는 '이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달라졌다. 당왕조에서는 "고대에 기원하여 계승된 문화전통이 권위를 가졌"다면, 송대의 "도학자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진정한 관념의 근거가 문화와는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리적 행위의 수양"만을 학문활동으로 보았다.

당송대의 유학자들은 사대부(士大夫)라 불리는 엘리트 지식인들이었는데, 같은 이름으로 불렸다해도 그들이 '지성'으로 간주하는 것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달랐고, 그에따라 그들의 정체성도 변했다. 저자는 "관직의 지위, 혈통 그리고 학문이 사대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주요 요소임을 논증"한다.

나는 소동파와 정이천의 대조에 주목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8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통정독(通精讀)한 것은 아니다.

Post to Twitter







One Response to “책 두 권”

[...] 3 이 책 제1장 "사대부의 시대"는 송대의 사대부들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에 이어 그들 내부의 갈래를 정리하고 있다. 우선 "유교 고래의 인치론(仁治論)을 전면에 내세워 정태적인 국가질서 안정에 부심한 보수파 사마광(司馬光)"과 "경제적 상황과 정세에 적합한 동태적인 재정국가의 수립"을 주장한 "복고적 혁신파"인 왕안석의 대립이 있다. 그런데 이 대립은 표면적일 뿐 그들은 "천하의 질서를 정치.사회.경제.문화적인 시각으로 파악하여 모든 측면에서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게다가 과거관료층 즉 사대부라는 인식에서는 완전히 일치하였다." 소식은 "왕안석 비판파의 관료였으며 사마광은 물론이고 왕안석이나 도학과도 완전히 색다른 학풍의 일파를 이루었던 유학자다." 그리고 소식의 기풍은 도학의 수양론과도 양립할 수 없었다.1) [...]

allestelle.net added these pithy words on Sep 13 09 at 11:21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