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몇 권

강유원 / 2009-9-24 / 서평

김영미(지음), <<그들의 새마을 운동>>, 푸른역사, 2009. [9788991510968]

새마을 운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뻔하다. 더 따져볼 것이 남아 있지도 않은 듯하다. 그러나 새마을 운동은 20세기 한국 현대사를 잘라 볼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좋은 소재이다. 그것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말이다. 우선 그것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급속한 변화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창이다. 그 시기에 중화학 공업발전, 고속도로 개통 등과 같은 '조국 근대화' 사업이 전국토 곳곳에 어떤 식으로 영향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농촌 공동체의 부녀자들의 삶이라는 미시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 을 끼쳤는지 이 운동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운동은 순수한 농촌진흥운동에 그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강한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저자의 지적처럼 "박정희 정부는 새마을 운동을 통해 낙후된 농촌의 근대화, 정치적 위기의 타개, 유신체제 지지기반 마련이라는 세가지 목적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목적을 성취하려는 정부의 시도 속에서 농민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비자발적으로 동원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아 "자발성과 강제성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주체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체제 유지에 활용한 것, 그것이 새마을 운동이 성공적인 대중동원 메커니즘이었다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여기서 보이는 "성공적인 대중동원"은 권위주의 박정희 체제를 파시즘의 차원으로까지 평가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때 자발적으로 가담하였던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건 누구를 향한 것이건 여전히 '친박파'로 남아있다.

상세한 조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은 조국 근대화의 길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의 주역들 — 영도자건 지도자건 피지도자건 — 은 사실상 일제 시대의 농촌진흥운동을 겪은 이들이며, 그들이 살고 있던 공간 역시 1930년대의 식민지 지배, 1950년대의 한국전쟁을 겪은, 현대사의 궤적이 겹겹이 포개진 곳이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풍부한 구술이 덧붙여진, 농촌진흥운동으로서의 새마을 운동을 축으로 한 현대사라 해도 될 것이다.

오카모토 다카시(지음), 강진아(옮김),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 소와당, 2009. [9788993820027]

조선 — 이 말은 400년 전의 조선은 물론 2009년 현재의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까지 포함한다 — 은 '독립'된 상태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국제관계, 특히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 이러한 방법론은 원제, '세계 속의 한중일 관계사: 교린과 속국, 자주와 독립'이 잘 드러내고 있다 — 시도한 책이다. 한국어 번역본 제목에 들어간 "미완"에서 부정적 답을 예상할 수 있듯이 저자는 "조선 혹은 한국의 독립자주는 길게 보아 10년, 짧게 헤아려 5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그리고 조선 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자주는 실은 그 이래 지금도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것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점을 논증하기 위해 저자는 "사료의 기술과 문맥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나타내고, 당시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텍스트 크리틱(text critic)"의 방법을 취하며, "내셔널 히스토리(national history, 國史)를 떠나서, 동아시아 전체의 '관계사'의 관점"에 선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 입각하여 한중일 삼국의 관계사를 조망하는 열쇠말로서 "종속", "속국자주", "독립자주"를 제시하는데, 각각의 말이 삼국 및 제국주의 열강 각각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받아들여졌으며, 그 사용과 수용 사이의 간격을 어느 정도이며, 현실적으로 어떤 정치적 귀결을 낳아놓았는지를 추적하여 앞서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그 결론을 한마디로 하면 무엇일까?

어쨌든 현재 한반도가 안고 있는 핵심 문제는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로써 정리된다: "조선 반도를 둘러싼 역학 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안정시킬 것인가. 이 역사적 과제는 무명의 민중, 병사에서 재상, 왕비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유혈을 강요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두의 러일개전에 이르기까지, 아니 현재 동아시아 국제 정치에까지 관철되고 있다. 시간은 흘러, 국가는 융성했다가 바뀌고, 군사력의 형태가 변화해도, 과제를 압박하는 원리 그 자체는 아무래도 바뀌지 않았다. 조선 반도는 지금도 여전히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들은 거기에 서서, 극히 절실한 문제임을 자각하면서, 유효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한국의 정치지도자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가 무엇인지 생각케하는 말이다.

페이지 하단에 붙어 있는 역자의 풍부한 주석이 독서에 많은 도움이 된다.

김효순(지음),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서해문집, 2009.

1945년 일본군에 징집되자마자 소련군의 포로가 되고, 다시 시베리아에 억류되었다가 귀환한 이들의 신산한 삶에 대한 보고서이니 마음 편하게 읽을 수가 없다. 이들의 삶은 적어도 1904년 러일전쟁부터 시작된, 한반도를 둘러싼 제국주의 국가들의 쟁투라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끼어들어가 바스라진 조각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진 한반도 안에서의 절멸행위의 소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의 삶 자체가 한반도 역사 100년의 진상이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만큼 이 책 자체가 그 시절에 대한 역사 기초자료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

* 삼성언론재단 저술지원 사업을 통해 간행된 출판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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