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어문학과에 들어가게 되면, 어학과 문학을 배웁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 애매한 것이 막상 어학 그 자체, 문학 그 자체에 대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노어학, 노문학에서 배우게 됩니다. 따라서 언어학과 학생들이 배우는 지식만큼은 배우지 못할 뿐 아니라, 문학 자체에 대한 담론들을 접할 기회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어문계열학과들이 작가론, 작품론보다는 문화담론에 많이 집중을 하는 분위기라 '러시아문화'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을 쌓을 기회가 있겠지만, 이런 문화담론에서도 인문학적 지식들을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그 인문학 담론 자체를 파고들진 않으니 관심이 노문학이나 문학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 일반에 있다면 기대와 다를 수 있습니다.
러시아어를 습득하는 것은 사실 개인의 노력여하에 달려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기본문법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용회화는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따로 훈련을 해야합니다. 회화가 아니더라도 학부수준에서 원서를 읽고 사전없이 해석할 정도가 되려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어학수업외에 본인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슬라보예 지젝'같이 현재 잘 나가는 러시아 철학자가 있긴 합니다만, 러시아어로 원서를 읽는 수준이 된다해서 러시아어로 철학을 공부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닐겁니다. '철학'을 따로 또 공부를 해야겠지요.
님의 관심이 노어노문학자체라기 보다는 인문학 일반이라고 하는 것이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인문학하면 '문사철'이 기본이고 노문학이 그에 해당이 되지만, 님이 얘기하신대로 철학과 역사가 인문학의 많은 분야를 차지하고 있고 노문과에서 배우는 지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일단 노문과에 입학하셨으니, 현재는 러시아문학에 집중해보는게 어떨까요? 앞으로 노문과에서 배우는 지식이나 쌓게되는 러시아어 실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시는 것보다 노어노문학과 러시아어 그 자체에 대한 흥미를 더 키우시고 공부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틈틈히 인문학 일반에 대한 공부를 하다보면 노문학도로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나름의 비젼이 생길 것입니다. 처음에는 러시아사나 러시아문학사를 읽음으로써 역사적 감각을 함께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아, 그리고 이런 질문을 교수님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물으신다면 제일 잘 대답해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로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현우씨가 노문과 강사시면서 곁다리'인문학자'로 활동중인데 전공을 심화해 공부하기보다 전반적인 인문학에 대한 공부를 두루 하려다보면 '곁다리'가 될 확률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Posted 2010-02-12 17:52:27
#